▲<노동법률>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상돈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다 쓰지 못하고 남은 취업성공패키지 예산은 1,500억대에 달했다. (사진=뉴시스)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 가장 대표적인 정부 고용서비스 정책인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의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성패는 저소득층 등 취업 취약계층, 미취업 청ㆍ장년층에게 '1단계 취업상담→2단계 직업훈련→3단계 취업알선'으로 구성된 단계별 취업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고용서비스 정책의 대표주자인 만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사업 부실이 우려되는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심지어 고용위기지역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3년 간 남아돈 취성패 예산 1,500억대‧‧‧작년에만 600억 남아

<노동법률>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상돈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책정된 취성패 예산(참여수당+위탁사업비)은 추경예산 포함 총 1조1,179억2,400만원. 같은 기간 취성패 참여자수는 101만3,691명을 기록했다.

문제는 취성패 예산 중 다 쓰지 못하고 남은 불용액의 규모다. 같은 기간 취성패 불용액은 참여수당과 위탁사업비 기준 총 1,560억9,200만원으로 확인됐다. 연평균 520억3,066만원(천 단위 이하 절사)의 불용액이 발생한 것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638억1,500만원 ▲2016년 260억9,400만원 ▲2015년 661억8,300만원의 예산이 남았다. 2017년 취성패 전체 예산에서 불용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14.6%(소수 둘째자리 반올림, 이하 같음)로 2016년보다 7.1%포인트 증가했다. 2015년에는 불용액이 추경예산 증액분보다 많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취성패 참여 도중 자발적으로 그만 둔 비율(중단율, 참여 종료자 대비)은 2015년 5.0%에서 2016년 5.3%로 늘었다. 참여자 유형별로 보면 취업취약계층의 중단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기초생활수급자 중단율은 2016년 기준 15.3%로 전년 대비 3.4%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저소득층 참여자의 중단율은 2.2%포인트 오른 9.5%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층 중단율이 각각 25.8%, 16.1%로 전년보다 일제히 올랐지만 아직 단계별 서비스가 진행 중인 참여자가 있어 통계 결과가 변동될 수 있다.

반면 청년층ㆍ중장년층의 중단율은 소폭 감소했다. 이는 취성패가 다른 계층보다 취업취약계층에 대해 상대적으로 취업유인 효과가 낮은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허울뿐인 취업률,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절반도 안 돼

취성패 전체 취업률은 2015년 63.8%에서 2016년 66.2%로 올랐다. 그러나 질적 성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취성패를 통해 1년 이상 근무할 만한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나은 일자리(고용보험 기준 월 평균임금 150만원 이상, 2018년 160만원) 취업률은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1년 이상 고용을 유지하는 비율은 전체 취업자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취성패 취업자의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2015년 44.9%, 2016년 46.1%로 절반을 채 넘지 못했다. 2018년 5월 현재 집계된 2017년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48.4%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2017년 통계의 경우 진행 중인 참여자가 있는 만큼 정확한 수치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지난 사례에 비춰볼 때, 큰 폭의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취성패 사업을 수행하는 민간위탁기관들도 고용유지율이 정체된 상태임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연구보고서 '취업성공패키지 성과분석과 민간위탁사업 발전방안'에 따르면 민간위탁기관의 45.0%는 취성패 참여자 고용유지율에 대해 '변동 없다'라고 응답했다. 이어 '조금 낮아졌다' 30.0%, '조금 높아졌다' 25.0% 순으로 조사됐다. 직원이 5명 미만인 기관에서는 '조금 낮아졌다'는 응답이 60.0%로 집계됐다.

고용위기지역서 취업률 지표 하락, 목표인원도 못 채워


▲고용위기지역인 통영시를 담당하는 통영고용센터에 취합된 취성패 취업률을 보면 2015년 72.3%에서 2016년 66.5%로 내려앉았다. 사진은 중소조선소가 밀집된 통영 봉평ㆍ도남동 일대. (사진=통영시청)

취성패는 그동안 고용위기지역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역 내 경기침체로 인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탓이다.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의 경우 고용위기지역을 담당하는 모든 고용센터에서 절반 수준을 보이거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정도에 그쳤다.

특히 통영시에서 취성패 성과가 저조하게 나타났다. 통영시는 중소조선소 불황으로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고용위기지역(2013년 당시 고용촉진특별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3년 뒤인 지난 4월 통영시는 또 다시 고용위기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통영시를 담당하는 통영고용센터에 취합된 취성패 취업률을 보면 2015년 72.3%에서 2016년 66.5%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1년 이상 고용유지율 또한 45.2%에서 39.5%로 감소했다.

지난 4월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울산시 동구 담당 울산고용센터에 취합된 1년 이상 고용유지율도 ▲2015년 42.0% ▲2016년 41.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률은 65.4%로 동일했다.

지난 5월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목포시와 영암군 담당 목포고용센터에 취합된 결과를 보면 취성패 전체 취업률은 ▲2015년 69.2% ▲2016년 67.0%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각각 40.9%, 40.6%를 나타냈다. 취성패 중단율은 같은 기간 5.4%(149명)에서 9.8%(257명)로 증가했다. 2017년의 경우 자료취합 시점인 2018년 6월 현재 중단자수는 231명으로, 9.4%의 중단율을 보였다. 2017년 중단율은 이후에도 더 오를 수 있다.

목표한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역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고용위기지역인 군산시, 거제시, 목포시, 영암군을 담당하는 고용센터의 취성패 목표인원은 총 8,146명. 실제 참여자는 목표인원보다 1,063명 모자란 7,083명이었다.

취성패는 고용위기지역 지정 이전 시기부터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그동안 큰 틀의 제도 개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위기지역 지정 등 고용여건 악화로 오히려 취성패 실효성이 더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고용당국의 각별한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상돈 "보여주기식 성과 급급해 졸속사업 오명 써"

이와 관련해 이상돈 의원은 무분별한 예산 증액 대신 사업 구조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돈 의원은 "그동안 취성패 정책효과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매년 관련 예산만 큰 폭으로 증액됐다"며 "가장 대표적인 고용서비스 정책이 정작 고용위기지역에서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취성패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용부가 일자리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보여주기식 성과에만 급급하다 보니 취성패가 '졸속사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또 "고용부는 '묻지마 증액'으로 관련 예산만 확대할 것이 아니라 사업 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일자리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무분별하게 투입하는 대신 취성패 사업 구조 전반을 제대로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취성패 책정 예산은 4,994억1,800만원(참여수당+위탁사업비). 지난 4월 현재 실집행액은 1,629억4,300만원으로 32.6%의 집행률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취성패 참여자수는 12만1,406명, 종료자수는 1만3,530명으로 확인됐다. 종료자수 대비 중단율은 16.9%(2,282명)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취성패 부실을 우려하는 시선이 고용당국을 향하고 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