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 여성노동 문제를 겪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한 자리에 모였다.
10월 23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주최로 '생애주기로 본 여성노동 이슈와 해법'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는 청년ㆍ중년ㆍ장년을 대표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현장 실태를 전하고,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2부는 전문가들의 종합토론으로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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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재자는 남성, 여성 관리자는 현업 부서만 돌아"
1부 첫 순서로는 청년기 여성노동 실태가 논의됐다. 특성화고를 나와 공기업 사무직으로 근무 중인 강유정씨는 '요직'에서 배제된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지적했다. 또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고유 업무'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강씨는 "부서 배치를 받고 몇 번의 인사이동을 거치면서 민원부서는 왜 여성 직원을 고집하는지 크고 작은 의문들이 쌓여갔다"며 "왜 항상 결재자는 남성이고, 몇 안 되는 여성 관리자는 기획ㆍ예산 같은 '요직'에 제외돼 현업 부서만 빙글빙글 돌다 퇴직해야 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이어 강씨는 상사들에 의한 직장내성희롱이 만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허벅지가 보이는 무릎 위의 치마를 입으면 노골적으로 '시선강간'을 하는 유명한 상사도 있었다"며 "(회사 내 성범죄 예방) 강의를 듣더라도 수십 명, 수백 명이 듣는 자리에서 현실적으로 자신의 문제처럼 인식하고 집중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다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적극적인 여성고용 촉진 조치가 필요하다는 배경에 따라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제도가 마련돼 매년 직종별ㆍ직급별 남녀 근로자 현황을 작성해 제출하고 있다"면서도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는) 사회적 의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여성을 고용하라는 정도이지 강력한 제재 조치는 없다"고 지적했다.
경력 단절과 임금 격차에 허덕이는 중ㆍ장년 여성
중ㆍ장년 여성 노동자들의 증언도 뒤를 이었다. 중년기 여성노동의 목소리를 대신 전한 박선주씨는 임신이 경력 단절로 이어졌던 경험을 털어놨다. 박씨는 입사 1년이 되는 시점에 승진과 임금 인상이 약속돼 있었다. 그러나 둘째를 임신하면서 입사 1년이 될 때쯤 육아휴직을 사용해야만 했다. 그는 입사 4개월 만에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냈다.
박씨는 "입사 1년 된 시점에 승진하기로 했고, 임금 인상도 약속돼 있었지만 무시될 수밖에 없었다"며 "한 직원에게서 '대표는 당신이 휴직하려고 입사한 것으로 알지 않겠냐'는 말도 들으면서 더 이상 경력 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장년기 여성노동을 증언한 박명순 전국여성노동조합인천지부 인하대미화원분회 분회장은 발언 도중 눈물을 보이며 비정규직ㆍ간접고용 문제를 소개했다.
박명순 분회장은 "일하는 곳은 인하대지만 소속은 용역회사로 돼 있는 간접고용"이라며 "용역회사 소속으로 여기서 일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밝혔다. 이어 "인하대에도 저 같은 간접고용 미화원들이 있고 정규직 미화원이 있다"며 "같은 일을 하는데 저는 그들의 반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성별과 연령으로 분류하면 장년 여성들의 임금 격차는 비교대상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같은 자리에서 정재현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임금 추이를 보면 '장년 남성' 임금이 제일 높고 그 다음 '남성 평균'ㆍ'여성 평균', 가장 낮은 게 '장년 여성' 임금"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현 부연구위원은 "사회서비스업 일자리 양을 늘리고 질을 개선시켜야 한다"며 "여성 취업 비중이 높은 교육서비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분야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윤윤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수석부회장(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여성노동 관련 현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윤규 부회장은 "여전히 척박한 여성노동 현실을 진단하고 다양한 이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생애주기로 본 여성노동 이슈와 해법'이라는 주제로 이번 토론회를 주최하게 됐다"며 "여성노동 문제에 대한 공감과 지혜를 모으고 관련 논의를 확산시키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