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경기 택시 4단체가 지난 10월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모빌리티 앞에서 '카카오(카풀)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월간노동법률] 임고은, 김대영, 곽용희 기자 =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관련 4개 이익단체가 결성한 '불법 카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택시운전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전자용 카풀 어플리케이션인 '카카오T 카풀 크루'를 출시하고 운전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낸 데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다. 이미 카풀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지만, 거대 기업이 런칭한 카카오 T카풀은 그 규모나 영향력에서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노동조합 쪽에서도 적극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법령 해석 두고 '갈등' 

현행법상으로 우리나라에서 카풀은 합법이다(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 81조). 그렇다고 무제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출퇴근이라는 제한된 시간에만 유료 카풀이 가능하다.
 

즉, 출퇴근 시간에는 일반인도 택시 면허 없이 유상운송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출퇴근'을 어떻게 규정할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최근 택시운송사업과 유사한 '풀러스', '럭시'를 비롯해 '우버셰어'에 이르기까지 현행법 제81조제1항을 빌미로 카풀을 표방한 스마트폰 앱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자가용을 이용한 불법 유상운송 알선행위가 무분별하게 확대되고 있다"며 "(업체 측이) 주말을 제외한 평일 출-퇴근 시간대를 오전 6시부터 오전 11시(출근시간)까지,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퇴근시간)까지 광범위하게 정하여 자가용을 소유한 일반인 운전자를 고용해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알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운전자 1인 기준 운송 원가를 제외하고도 매월 30~50만 원, 많게는 1백만 원 이상의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 중 약 20%는 카풀업체가 수수료 명목으로 부당 운송수입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여론을 타고 카풀 제한을 목적으로 상정된 개정법안은 전부 '출퇴근 때'를 제한 해석하는 내용이다. 이찬열 의원 외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 발의안도 "'출퇴근 때'는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및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를 말하며, 토요일, 일요일 및 공휴일인 경우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예 불법화하자는 법안도 나왔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라는 81조 1호를 아예 삭제하고, 택시가 아닌 승용차를 유상으로 함께 타는 것을 금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업체들, "고사 일보 직전" --- 카카오는 다를까?
 

카카오 T카풀 출범 전까지 국내 최대 카풀 애플리케이션 업체였던 '풀러스'는 2016년 5월 창업 당시 네이버-미래에셋 합작펀드와 SK 등에서 220억을 투자받으며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2017년에는 119억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대표가 사임하고 직원 약 70%를 구조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이 80만 명에 달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부대표에서 대표가 된 김태호 씨마저 일신상 사정을 이유로 사임했다. 사실상 실적 압박이 원인이라는 평가가 전반적이다.

카카오 T카풀에 인수된 카풀 업체 럭시 역시 하루에 수차례 카풀을 접수한 드라이버가 운송법 위반을 이유로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위축되는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서울시가 럭시 등 카풀 플랫폼 업체를 운수사업법 81조 위반으로 수사의뢰한 것이 컸다.

풀러스와 럭시 모두에 '드라이버'로 등록해 활약했던 김성효(가명)씨는 "기름값이라도 벌 겸 출퇴근 시간에 왕복 2건 정도만 뛰었다, 당시 풀러스와 럭시에서 하루 여러 건을 뛴 드라이버가 경찰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그런 소문이 두려웠던 탓인지 드라이버가 많이 줄었다. 게다가 요즘엔 카풀하는 사람도 잘 안 잡혀 드라이버 활동을 접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렇게 좌초하나 했던 카풀 산업이 카카오를 만나면서 되살아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법에 명시된 사항은 오직 '출퇴근 목적'으로, 출퇴근 시 방향이 같다면 이용할 수 있다"며 "몇 시부터 몇 시까지를 출퇴근 시간으로 볼 것인가 명확하게 나누기는 어렵다. 사람들의 직업 형태와 생활패턴이 다양하기 때문에 법이 제정된 94년에도 정확히 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들은 이렇게 법적 규정도 명확하지 않고, 택시 업계의 반발이 너무 크다 보니 자체적으로 오전 몇 시간, 오후 몇 시간씩 시간과 횟수를 제한해서 운영했다. 그 결과 많은 업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구조조정에 들어가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렇게 한다면 카풀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이 이용자의 편의에 따라 수요가 있는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카풀 서비스가 무제한 확장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카풀은 많은 사용자가 원해서 발생한 서비스로 다수의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다"며 "이 말은 승차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카풀 서비스는 그 해소를 위해 필요한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출퇴근 목적이 아니면 안 되고, 사용자가 원한다고 해도 이동 거리나 시간을 자유롭게 리드할 수 없다"며 "지역도 출퇴근이 많은 지역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한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택시 업계가 우려하는 만큼 운송업 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성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택시노동조합 측의 입장은 확고하다. 카풀이 불법영업이라는 주장이다. 카풀 플랫폼 서비스가 결국 시장에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전혀 없이 택시 시장만 잠식해서 결국 산업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택노련 관계자는 "대표적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가 도입된 여러 나라에서도 택시기사의 수입이 감소해 실직자가 증가했고 '우버' 운전자들도 결국 처우 악화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꾸 카풀이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표한다고 강조하는데, 그렇다면 강남에 만연한 콜뛰기도 IT기술과 접목되면 신사업인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행동 둔한 국토교통부--- 앞으로 카풀 근로자 고용형태 두고 논란 가능성 높아
 
국토교통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통상적인 출퇴근 시간에는 선의의 이웃과 카풀할 수 있지만, 유상운송 금지 조문에 있는 그대로 전업으로 카풀을 하는 것은 현행법상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카풀 관련해서 지난봄부터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당사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간을 가지면서 업계를 만날 것이지만, 일단은 택시 측에서 강하게 집회를 열었기 때문에 당장 구체적으로 언제 만나 대화를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굼뜬 움직임에 업계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는 택시 플랫폼 사업도 하고 있고, 택시는 카카오의 파트너"라며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과 협의 사항 등을 논의해 나가고 싶은데, 여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전택노련 관계자는 "면허제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운송질서를 확립하는 제도이므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풀 불법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으로 결국 국민의 이동권과 교통안전을 아무런 자격이 없는 민간기업에 맡기는 무책임"이라며 빠른 대책을 촉구했다.

소극적인 국토교통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카풀 대책 태스크포스(TF)구성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 근로자와 그 가족까지 합하면 100만 명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 문제를 좌시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야당 역시 택시 총파업에 참여까지 하며 택시 표심 확보에 안간힘이다. 그 결과 현재 발의된 관련 법안은 대부분 81조 1호를 제한해석 하자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잃어버릴 표는 확실하지만, 얻을 수 있는 표는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입법이나 정부의 협조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해도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위험이 있다.

한편  카풀 플랫폼 앱을 기반으로 일하는 드라이버의 노동 형태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관심도 쏠린다. 카풀앱이 중개만 해주는 형태로 수수료만 받아가는 케이스인지, 아니면 특정 앱에만 전속적으로 취업하는지에 따라 근로자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을 두고 논쟁과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미리 입법적 준비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특고근로자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업으로, 생계 목적으로 일을 한다든지, 특정 앱에 사실상 전속돼 있다고 볼 수 있다든지 하는 특징이 있어도, 플랫폼 업체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일반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업무를 위탁받거나 거절할 수 있다면 (근로자와 개인 사업자의) 중간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입법론적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해 이런 디지털 취업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것을 논의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고은┃김대영┃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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