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경총>



통상임금 신의칙 정책 세미나가 지난 11월 8일, 경총 주최 아래 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축사에서 "신의칙 판단은 경제문제와 사법적 판단 간 합리적인 연결점에 대한 논의"라며 "여러 쟁송이 진행 중인 상황인데,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좀 더 다뤄져서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경영상 징표, 핵심 기준 돼서는 안돼"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에서 법원의 경영 상황 판단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경영상 징표는 법관이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법관의 태도를 아무리 존중한다고 해도, 기업의 재정상황이나 복잡한 경영문제, 현재와 장래의 경영상태를 종합적으로 정확하게 고려해서 판단할 수 있을까"라며 "(신의칙 판단 기준이 불확실한 것은)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을 부과해 우연한 사정으로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급심 판단은) 경영상 문제를 우연한 사정이나 사실관계를 기초로 판단하는 우를 범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라며 "법적 정당성을 담보할 수 없고, 대법원 전합에서 올바른 기준으로 다시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중인 '신의칙 쟁점된 사건' 진행상황

 

 
김희성 교수는 "하급심 판결들을 분석해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통일적인 판단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신의칙 적용에 대해 대부분 하급심들은 일반적으로 '경영상 어려움 및 기업 존립의 위태로움'이라는 경영상 지표를 결정적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더욱이 '경영상 지표'를 그 기준으로 삼는 경우에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제1심과 항소심이 상충되는 판결을 내리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하는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또는 기업존립의 위태로움'은 결코 신의칙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결정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다만 모순된 후행행위로 침해되는 상대방의 신뢰가 특별히 보호할 가치 있는 높은 수준의 신뢰라는 점을 확인시켜주 는 사실상의 기능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장배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임금 확대가 자동차 산업과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에 나섰다.

김 연구위원은 "정보의 불완전성, 교섭력 비대칭성 등 큰 흠결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계약 당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정으로 일방 당사자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라고 전제했다.

이어 "신의칙 적용이 배제돼 자동차산업의 투자가 위축될 경우 그 파급효과는 대기업 중심의 완성차 부문뿐만 아니라 다수의 중소중견업체들이 공생하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미친다"라며 "특히 생산은 16조 770억원이 감소하고 취업자도 50,500명 감소하는 등 경제전 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 전반적인 영향도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예상치 못한 수당의 추가 부담으로 노동비용이 급증할 경우 자동화로 일자리 대체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도 더욱 크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2부 토론에는 주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의 사회로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남석 전북대 교수, 구교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토론에 나섰다.

박지순 교수는 "'중대한 경제적 어려움'이란 추가 지급해야 할 법정수당 총액이 막대할 경우 발생할 기업의 재정적 압박이 신의칙 적용을 위한 '부수적 조건'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표현한 것일 뿐, 신의칙 적용을 위한 독자적인 요건으로 인정되기는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신의칙 적용을 위한 특별한 사정을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국한하여 이해할 경우 오히려 기업의 유지-존속에 대한 근로자측 책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라며 "기업의 경영상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는 통상임금 사안의 본질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교웅 변호사도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핵심 요건으로 고려된다면, 이는 무자력 항변을 인정하는 결과와 진배 없다"라며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즉 청구권 발생시인지 사실심 변론종결시인지도 문제되며,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할 것인지, 그런 평가를 법관에게 일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관해서도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판결은 내년에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얼마전에는 현대제철과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사측의 신의칙 적용 주장이 받아들이지 않고 현대제철 측이 패소해 눈길을 끌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