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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12 14:50:25
수정 : 2018-12-12 14:50:40

[Daily News] 기업이 성장해도 왜 임금은 오르지 않을까?…“균열 일터가 소득 불평등 확대”

2018-12-12 14:50:25

오바마 노동정책 설계자 “용역ㆍ하청ㆍ파견이 소득 불평등 확대 원천”

[2019년 1월호 vol.332]

▲데이비드 와일 미 브랜다이스대 헬러 사회정책 및 경영대학 학장(우측에서 두번째)

[월간노동법률] 임고은 기자 = 오바마 정부의 노동정책 설계자 데이비드 와일(David Weil)이 용역, 파견, 하청 업체 등 '균열 일터'가 소득 불평등 확대의 원천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와일 브랜다이스대 헬러 사회정책 및 경영대학 학장이 지난 12월 1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8년 서울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에 참가해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소득 불평등'을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데이비드 학장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 당시 노동부 산하 임금 및 근로시간분과 종신행정관으로 재직하면서 소득 불평등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뤘다. 그는 "미국은 지난 30~35년간 소득 불평등 양상이 지속돼 왔다"며 "이 기간에 최상위 층의 부 축적이 크게 이뤄졌고…자식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소득 증대를 이룰 확률이 동전 던지기 정도의 확률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득 불균형 확대의 요인 중 한 가지로 경제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는 기업 구조조정, 즉 '균열 일터'를 꼽았다. 균열 일터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깊게 벌어지는 바위틈처럼 '일터'의 균열도 깊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데이비드 학장이 세운 정의다.

용역ㆍ하청ㆍ파견으로 대기업 고용 책임에서 벗어나

데이비드 학장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주요 기업들은 고객과 투자자에게 최대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핵심 역량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기업의 이익과 관련이 적은 분야의 활동은 정리돼 왔다. 처음에는 급여 관리, 공표, 회계 및 인사 등의 업무를 외주로 넘기다가, 청소와 시설 관리 및 보안 등의 업무도 위탁하기 시작했다. 주요 비즈니스와 관련된 많은 업무도 외주, 위탁 관리, 계약, 프랜차이즈를 통해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학장은 이날 구체적인 사례로 유통업의 변화를 설명했다. 대형 유통업체 물류센터에서는 물류 보관, 분류, 보관, 운반 등 다양한 업무에 많은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해당 유통업체 소속 직원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협력ㆍ위탁ㆍ파견 업체 소속의 직원들이다.

데이비드 학장은 "유통업자들은 (기업의) 핵심 역량이 물품 관리이지 인력 고용이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사람이 아닌 물품관리 업체를 고용한다. 그러면 월마트, 아마존과 같은 대형 업체의 물류만 관리하는 제3의 물류업체가 생기고, 그 업체가 직원을 고용한다. 나중에는 제3의 물류업체도 고용을 회피하며 파견회사에 위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파견업체는 근로자 한 명 한 명을 독립 사업자처럼 계약한다. 물류센터에서 일한 대가로 임금을 주는 것이 아닌, 회사의 용역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이로써 원래의 유통업체는 고용 관계로부터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일터 균열'이 확대되면서 유통업체는 근로자의 임금과 복지, 고용 보험 등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졌다.

데이비드 학장은 "물론 기업 입장에서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이 문제가 되진 않지만, 원청 기업이 까다로운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력 관리 책임은 회피하는 등 전통적으로 고민해왔던 가치는 공유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는 단지 저임금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고숙련 일자리, 전문직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내 불평등을 넘어 기업 간의 불평등 또한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과 같은 선도적인 기업은 계속해서 승승장구하지만, 그 외의 하청 및 용역 업체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회사 수익도 선도적인 기업에 훨씬 못 미친다"며 "한 분야에서 최고 기업이 되더라도, 수익이 적으면 (근로자에게) 줄 수 있는 임금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정부, 사회정책의 실험실 될 수 있어

데이비드 학장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이러한) 흐름을 바꾸고자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많은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며 "각 주(州)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험실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현재 미국은 지방 정부 차원에서 근로자 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9개의 주가 연방 최저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설정했고, 40개 지역에서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했다. 지방 정부가 높은 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볼 수 있는 실험실이 된 것이다.

데이비드 학장은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을 상승하더라도 이것이 바로 일자리 상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물가, 생산성 조정 등을 통해 일자리 유실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보장하지 못한 근로 조건도 개선하고 있다. 미 연방 정부는 휴가ㆍ휴직에 대한 보상 체제가 미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많은 주에서는 주 차원에서 유급휴가를 의무화하고, 근로기준을 재정립 하는 등 사회 안전망과 관련해 다양한 조치를 하고 있다.

데이비드 학장은 "이는 미국의 상황을 설명한 것이지만, 한국 경제도 유사한 흐름이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지방 정부가 구조조정(일터 균열)을 피할 수 없고, 멈출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리스크가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유니온 시티'라는 목표를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고은 기자 goi@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