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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6-16 12:43:26
수정 : 2020-07-02 09:39:00

[법원] “공공기관 내부평가급, 통상임금 아냐” 대법원 판결 잇따라

2020-06-16 12:43:26

“공공기관 내부평가급, 통상임금 아냐” 대법원 판결 잇따라

[2020년 7월호 vol.350]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공공기관 내부성과급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쏟아져 눈길을 끈다. 대법원은 지난 11일, 이와 관련된 두건의 판결을 연이어 선고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성과급으로 경영평가성과급과 내부평가급을 지급하는데, 일반적으로 내부평가성과급은 근무실적을 토대로, 경영평가 성과급은 회사 경영실적을 토대로 지급한다.

경영평가성과급에 대해서는 임금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이미 수 차례 선고된 바 있다. 대법원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라 그 지급 여부나 지급률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해도 경영평가성과급이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며 경영성과평과급의 평균임금성을 인정한 바 있다. <관련기사>

하지만 이번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들은 내부평가급에 대해서는 "전년도 임금을 다음 해에 지급하는 것"이라며 통상임금성을 부정했다. 그런데 이런 대법원의 판단이 새로운 법리를 설시한 것이며, 사실상 기존 경영평가성과급이 통상임금이라는 판단을 뒤집은 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화제다.

■대법원 "한국고용정보원 내부평가급은 통상임금 아냐"

먼저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는 지난 6월 11일, 한국고용정보원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에서 가장 큰 쟁점은 내부평가급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매년 전년도 경영실적에 대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받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및 후속조치 통보'를 하면 고용정보원이 이에 따른 '자체성과급 지급 계획안'을 만들어 7~8월에 소속 근로자들에게 경영평가성과급과 내부평가급을 지급해 왔다.

이 사건에서 근로자들은 "내부평가급은 1년을 지급주기로 하는 임금"이라며 "정기성이 인정되고 모든 직원에게 지급되는 점에서 일률성도 인정되는 데다, 전년도 근무실적에 따라 당해 연도(지급되는 연도)에 지급여부나 지급액을 정한다는 점에서 고정성도 인정 된다"고 주장했다. 즉 내부평가급도 통상임금이므로, 이에 따라 연장근로 수당을 다시 계산해서 부족분을 지급하라는 주장이다. 원심도 이를 받아들여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회사 지급 계획안에 따르면 내부성과급 액수는 전년도 기준월급에 개인별 연봉등급에 따른 지급률을 곱해서 차등화 하는 방식이었다. 즉 내부평가급은 근로자별로 지급대상연도(내부평가급이 지급되는 해의 전년도)에 근무한 일수에 비례해 지급하는 형식이었다. 이에 따라 내부평가급이 지급되는 해에 퇴사한 직원은 전년도 근무일수에 비례해서 내부평가급을 지급받지만, 지급되는 해에 입사하는 직원은 내부평가급을 지급받지 못했다.

결국 이런 사실을 근거로,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내부 평가급은 전년도에 대한 임금이며 지급 시기만 다음 연도로 정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평가급이 지급되는 해에) 퇴사한 직원은 전년도 근무일수에 비례해 내부평가급을 지급받지만, 해당 연도 입사자는 내부평가급을 지급 받지 못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전년도에 대한 임금을 그 지급 시기만 당해 연도로 정한 것인데도 원심은 해당 연도의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해, 원심에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한전KPS 사건도 같은 결론---기존 대법원 판결 법리 바뀌었나

한전KPS에서도 한국고용정보원과 거의 유사한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는 지난 6월 11일, 한전케이피에스 주식회사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들은 "내부평가급이 포함된 성과연봉 전액은 해당연도(내부평가급이 지급된 해)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했고, 회사는 "성과연봉은 전년도 근로의 대가"라고 반박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회사 직원연봉규정에는 성과연봉은 지급기준일(내부평가급 이 지급되는 해의 전년도)에 재직하고 있는 자에 한해 지급된다고 정해져 있다. 이에 따라 지급되는 해에 퇴사한 사람은 전년도 근무일수에 비례해서 성과연봉을 지급받았지만, 지급되는 해에 입사한 근로자는 전년도 근무일수가 없어서 성과연봉을 전혀 받지 못했다. 한국고용정보원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성과연봉 중 내부평가급이 경영평가성과급과 명확하게 구분된다고 볼 수 없고, 구분해서 산정한다고 하더라도 차등재원이 공제되어야 하므로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는 추가 조건 성취 여부를 확정할 수 없고 최소한도 지급도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내부평가급을 포함한 성과연봉은 전년도 임금을 지급시기만 당해 연도로 정한 것"이라며 "전년도 근로를 제공하는 임의의 날 시점에 전년도에 대한 상과연봉 중 일정액이 최소한도로 보장돼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내부평가급을 포함한 성과연봉은 전년도에 대한 임금으로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한편 재판부는 원심이 내부성과급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은 것은 옳다고 판단하면서도 "내부성과급이 어느 해의 임금으로 봤는지에 대한 판단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 판결을 두고 대법원이 법리를 바꾼 것인지에 대해서 의견이 나뉜다.

한전KPS를 대리한 김지석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전년도 근무실적을 토대로 지급여부나 지급액이 정해지는 임금은 당해연도(내부평가급이 지급되는 연도)에 지급된다고 하더라도 지급시기만 당해 연도로 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전년도에 대한 임금으로서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지석 변호사는 "이 기준은 경영평가성과급이 통상임금이라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전원합의체가 아닌 점은 아쉽지만 새로운 법리를 대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근로자측을 대리한 김기덕 노동법률원 새날 변호사는 "이 판결은 내부평가급에서 최소지급분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기덕 변호사는 "사업주가 규정상 내부평가급 지급분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던 탓에, 최소지급분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본 것"이라며 "내부평가급이라고 해도 최소지급분이 있고 반복적으로 지급해 왔다면 충분히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재판부도 "근로자가 최하 등급을 받더라도 일정액의 성과연봉을 최소한도로 보장지급한다는 취지의 내용은 규정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기덕 변호사는 고용정보원 판결에 대해서도 "공공기관 성과급이 지급되는 당해 연도의 대가분인지는 의문이 있었다"며 "우리의 경우 예전부터 전년도 근태나 성과를 반영해서 지급하는 것이니 전년도 분 통상임금 소송에서 청구를 하는데, 오히려 하급심 재판부가 당해 연도 통상임금으로 변경해 달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대법원이 이를 엄격히 봐서 전년도 통상임금인데 당해연도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한 점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평가급의 최소지급분 등이 인정되는 경우) 전년도 통상임금으로 주장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근로의 대가라는 성질은 오히려 내부평가급이 경영평가성과급 보다 크다"라며 "내부평가급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기준이 경영평가 성과급에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전원합의체를 열어서 변경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 법학전문대학원 노동법 교수는 "해당 임금이 전년도 성과에 연동돼 고정적이지 않다면 단지 지급 연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고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도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파기환송 판단을 받은 한국고용정보원 사건에서 원고 측이 청구를 변경해 내부평가급을 지급 받는 해의 통상임금이 아니라 지급 대상이 되는 해의 통상임금으로 청구하면 대법원의 의중이 명백해 질 것으로 보인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추후 판결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