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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6-27 19:28:05
수정 : 2020-07-02 09:37:06

[기자메모] 정규직 전환 다음은 정년연장?···‘인천국제공항공사 사건’ 이후 대책있나

2020-06-27 19:28:05

정규직 전환 다음은 정년연장?···‘인천국제공항공사 사건’ 이후 대책있나

[2020년 7월호 vol.350]

터질게 터졌다.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 정규직 전환 이슈 말이다. 이제는 그 이후를 생각하는 게 현실적이다.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정규직 전환 정책의 정당성이나 박탈감을 말하지는 않겠다. 사실 인국공이 이 이슈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 불씨를 당겼지만, 논란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도로공사 등 다른 공공부문에서 있었던 정규직 전환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지만, 정규직 근로자들의 '박탈감'에 대한 치유 과정 없이 곧 잊혀 졌다.

그런데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인국공에서 발생하자 이목을 끌었고, 여기에 비정규직 근로자가 노력하는 취준생들을 조롱하는 듯한 단체채팅방 메시지가 나오며 불을 질렀다.

그래도 정부와 여당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정규직 전환 정책 추진한다고 계속 얘기해 오지 않았나. 왜 이제서야 문제를 삼을까. 맞는 말이다. 인국공 정규직 전환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게다가 비정규직 모두가 정규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일부 해명도 사실이다. 다만 이 이후에 대해서도 전망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이제 '무기계약직 처우' 문제로 확대될 것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기점으로 무기계약직을 대량으로 생산(?)해냈다. 무기계약직 처우는 비정규직일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그럼에도 과연 정규직으로 분류하는 게 맞냐는 점에서 계속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기계약직을 늘렸고 그 숫자는 20만이다.

정부는 아마 무기계약직을 찍어내면서, 정규직 전환 정책의 종착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단 단계 정도로는 생각했을 것이다. 일단 최대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준 다음 '정책 성공'을 선언하고 민간에도 확산한다. 그 다음 무기계약직을 뽑지 않은 방식 등으로 자연감소를 통해, 천천히 장기적으로 최종 정규직화 하는 게 연착륙 방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속도를 정부가 조절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렸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을 둘러싼 최근 판례들을 보면서 "아차" 했을 걸로 보인다. 무기계약직 근로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평등만한 명분은 없다. 지속적으로 불평등한 처우 문제를 제기해 왔고, 이미 대법원은 지난 1월 13일, 대전 MBC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취업규칙을 적용하라고 판결했다. 무기계약직들의 처우도 당장 정규직 수준으로 올려주라는 말이다.

공공부문도 전면전 태세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지난 4월,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농촌진흥청 등 대한민국 정부 산하 중앙행정기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대리해 "무기계약직에게도 복리후생 금품을 동일하게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추세를 보면 인정될 가능성이 낮지 않다.

그렇다면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근로자들의 임금은 공사 대졸 신입사원 초봉보다 낮고 별도 임금체계를 적용 받는다"라고 답변했고, 일부 정치인들도 이 점을 근거로 들며 인국공 논란을 가짜뉴스탓 운운한 것도 무색해 진다. 정부가 패소할 경우 공사는 이들의 근로조건을 통일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노동시장의 각종 분쟁이슈는 정부가 아니라 법원이 해결하는 모양새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최저임금 기준 시간수 등 각종 노동 분쟁에서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법원이 나서 해결해 왔다. 정부는 이런 경험을 수차례 거쳤기에, 정책이 자신들이 원하는 속도와 방향대로 가지 못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어야 할 것이다.

■판결서 드러난 정부 입장, "정규직 전환 재원 불충분"

사기업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청구가 현실화 될 경우, 20만 무기계약직을 안고 있는 정부에게 대책이 있을까. 모르겠다. 다만 단언할 수 있는 건 있다. 정부는 원래 무기계약직을 당장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다던가, 정규직 수준의 처우로 대해줄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지출일 가능성이 높다.

각종 판례 등에서 나온 자료가 이를 입증한다. 기재부는 공공기관들에게 정규직 전환으로 처우를 상승시켜줄 경우 그에 따른 재정적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2019년도 공기업, 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 규정에 담긴 기재부의 속내다.

"(무기계약직 인건비에 대해서) 과도한 국민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계적 추진",
"무기계약직 인건비 편성시 총인건비 인상률을 준수해야 하며 초과 증액편성하지 않을 것, 위반사실 발견되면 인건비 예산 감액."

이를 두고 서울행정법원은 "(기재부 예산 지침으로) 공공기관은 (무기계약직) 임금인상률을 결정할 때 사실상---재량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예도 있다. 최근 인권위원회에서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환 대상자로 선정하고 통보한 근로자에게 기재부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계약 만료를 통보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사실상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단은 덤이다. <관련기사> 기재부가 정규직 전환에서 예산을 주요 기준으로 삼은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는 돈이 없다. 인국공에서 불거진 국민적 비난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든 넘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 남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과연 제대로 된 대책과 고민이 있었을지는 회의적이다. 정부가 이제 와서 신의칙을 주장하기도 어렵지 않겠나.

■계약직->무기계약직->정규직->정년연장, 젊은이들은 두렵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은 다음 수순을 바라볼 것이다. 그런 와중에 주목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정규직 처우는 물론, 정년연장 문제까지 추가 쟁점이 된 이슈다. 서울 노원구에서는 지난 6월 24일, 구 산하 노원서비스공단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임금과 상여금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지급하라며 구청 본관을 점거했다. 그런데 이들은 현행법상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올려달라는 주장도 펼친다.

이들은 왜 이런 주장을 펼까. 비교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공공부문과 지자체는 시설관리 근로자들 일부에 대해 65세로 정년을 연장해 준 바 있다. 물론 해당 공공기관은 아마 '무기계약직 처우'를 기준으로 연장에 응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부에게는 그런 '신의칙적' 주장을 펼칠 입지가 없다.

처우까지 완벽하게 평등한 정규직 전환이라는 현실적 부담에, 정년연장이라는 잠재적 리스크까지 안게 되면, 공공부문에서도 신규 근로자 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아주 크다.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OO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이 신규채용 없이 자연감소 방침을 정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경기 악화로 가뜩이나 줄은 사기업 일자리에, 그나마 일자리를 창출하는 부문이 공공부문이었건만, 정규직 전환에 정년까지 연장하는 재정 부담을 진 정부가 계속 일자리 확대 정책 기조를 유지할 현실적 가능성은? 청년들은 그저 두려울 뿐이다.

물론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약속 받았던 것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 이걸 乙들의 대결이나 노노 갈등으로 치부해버리는건 속은 편할지 모르겠지만, 불씨를 던진 사람은 따로 있는데 생각보다 불이 크게 난 탓을 하는 셈이다. 과연 정부는 이후 펼쳐질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는지, 소송에서 이기길 바라면서 기도하는 것 외에 실질적 대책이 있는지를 알고 싶다.

오래전부터 노동계 학자들과 실무가들이 진즉 목소리를 높여왔던 경고에 대해 특별한 반응은 보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지만, 대한민국 정부에 대책이 꼭 있을 거라고 믿는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