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16일 경기 성남시 SPC 계열사 샤니 생산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PC 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재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SPL 평택공장에서 근로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사망한 데 이어 올해는 샤니 근로자가 하강하는 볼 리프트 사이에 협착돼 숨졌다. 검찰은 강동석 SPL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고용노동부는 샤니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연이은 SPC 그룹의 산재사망사고에 노동계는 허영인 SPC 그룹 회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열사의 안전에 관한 사항이나 예산을 결정하는 것은 허 회장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검찰은 SPL 사고와 관련해 허영인 회장이 아닌 강동석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안전에 대한 의사결정은 그룹사가 아닌 계열사 단위로 이루어졌다는 판단이다.

"근로자 사망 막을 경고 장치 없었다"...산안법 위반 정황 포착

지난 8월 샤니 성남공장 2층 치즈케이크 생산 사인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한 근로자 A 씨는 배합볼이 올라간 틈을 타 반죽분할기 노즐 교체를 위해 볼트를 조절하던 중 동료 작업자가 배합볼 하강 버튼을 누르면서 내려오는 배합볼과 장치 사이에 끼어 숨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사고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러 안전 문제가 드러났다. 우선 2인 1조 작업 원칙은 지켜진 것으로 확인됐다. 볼 리프트 부근에는 협착 위험을 알리는 안전  표지와 스티커도 있었다.

그러나 반죽분할기 작업에  대한 작업절차서만 있었을 뿐 노즐 교체 작업에 대한 작업절차서와 안전수칙은 없었다. 또 사고가 난 볼 리프트에만 하강 시 작동되는 안전경보장치와 경광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다른 볼 리프트는 배합볼이 하강할 때 안전경보음이 울리고 경광등에서 빛이 나왔지만 사고가 난 볼 리프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볼 리프트 작동 시 협착 위험은 이미 회사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다. 회사가 작성한 안전표준작업서에 따르면 치즈케이크 공정에서 '리프트 상승, 하강 중 이격부 협착 및 볼 낙하로 인한 위험'이 위험 요인으로 적시돼 있다. 

작업상 위험 요인을 찾고 조치하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의무다. 그러나 현장에는 이 위험을 피하기 위한 작업안전수칙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작업안전수칙에는 ▲가동 중인 설비 안전센서 확인 ▲라인 가동 전 비상 정지 스위치 및 안전 스위치 정상 작동 여부 확인 ▲이상 발생 시 라인장에게 즉시 보고 정도의 수칙만이 있었다.

권영국 해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배합볼이 올라가 있으면 작동 경로 내에 사람 접근을 금지시키거나 다른 작업을 금지하는 등 안전수칙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안전표준작업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고 경보벨과 경광등은 설치조차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리프트 하강이 자동으로 작동되게 한 것도 문제였다. 사고 발생 당시 리프트의 자동 버튼만 활성화돼 있었다. 자동으로 리프트를 작동시키면 버튼 한 번만 눌러도 수동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하강한다. 버튼에서 손을 떼도 멈추지 않는다. 수동 기능의 선택을 불가능하게 했거나 고장 났는데도 방치했다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이다.

안전보건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은 정황도 나왔다. 샤니는 7월 한 달간 세 차례 현장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각 교육은 10~13분 정도였고 교육 내용은 작업 전 5분 스트레칭, 위험예지훈련 실시방법, 열사병 예방 수칙, 7대 안전수칙 구호 제창 정도에 불과했다. 특히 7대 안전수칙은 기계에 손대지 말자, 스위치 끄자, 정리 정돈 잘하자, 장난치지 말자, 전기 조심하자, 서두르지 말자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번 사고에는 동료 작업자의 책임도 있다. 그러나 권영국 변호사는 "개인의 불안전한 행동으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그러한 행동이 왜 벌어졌는지, 불안전한 행동을 막기 위한 안전조치가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니 경영책임자는 회장?...회장 기소 사례 추가될까

샤니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다. 샤니의 경우 ▲사업장 특성에 따른 유해ㆍ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하고 업무 절차에 따라 확인ㆍ개선이 이루어지는지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는지 ▲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의 구비 등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용도에 맞게 집행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또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주고 평가ㆍ관리했는지 ▲안전ㆍ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 의견을 듣고 필요한 조치를 했는지 ▲중대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작업 중지, 근로자 대피 등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해 반기 1회 이상 점검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다만 관건은 샤니의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간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라고 규정한다. 이때 경영책임자는 형식상 직위와 명칭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지에 따라 판단한다. 

노동계는 샤니의 경영책임자로 허영인 SPC 회장을 지목했다. 샤니가 독립된 법인이더라도 그룹 차원에서 안전에 대한 결정과 예산 배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노동계 주장이다.

지난해 SPL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허영인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재발 방지 대책으로 각 계열사에 안전경영 예산 1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의 직급은 상무이고 사망사고 직후에는 SPC 삼립 부사장이 샤니의 생산총괄본부장으로 발령 났다.

그룹의 지배 구조 역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로 허영인 회장을 지목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 설명이다. 샤니의 지분 중 20%는 SPC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이, 69.86%는 허영인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소유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의 지분 63.31%는 허영인 회장이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지분은 허영인 회장 일가 소유다.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계열사 대표가 아닌 그룹 회장을 기소한 선례는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삼표산업의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보고 기소했다. 

검찰이 주목한 점은 정도원 회장의 채석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다. 정도원 회장은 30년간 채석 산업에 종사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삼표산업 현장의 야적장 설치와 채석작업 방식을 결정했다. 사고 현장에서 채석작업이 계속될 경우 사면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채석 작업을 강행했다. 그 과정에서 삼표산업의 대표이사와 임직원에게 안전보건 업무 등에 관해 구체적 지시를 내리는 등 실질적ㆍ최종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했다.

삼표산업이 삼표그룹의 핵심 사업이라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삼표그룹은 채석부터 레미콘 생산ㆍ판매까지 계열화돼 있는 기업집단이고, 삼표산업은 그룹의 근간이 되는 핵심 사업을 담당한다. 정도원 회장이 삼표산업에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필요성이 매우 컸고 실제로 각종 정기보고와 지시를 통해 주요사항을 결정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삼표산업의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정도원 회장의 지시로 선임됐지만 CSO에게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실질적ㆍ최종적 권한까지는 부여되지는 않았다.

검찰, SPC 계열사 SPL 경영책임자, 허 회장 아냐

그러나 샤니와 같은 계열사인 SPL에서는 허영인 회장이 아닌 강동석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김윤정)는 지난달 25일 강동석 대표를 중재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강 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동종 사고가 반복됨에도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고 반기별 안전보건법령 의무이행 평가를 형식상 이행하는 등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대신 허영인 회장은 경영책임자가 아니라고 봤다. 검찰은 "SPL은 별도의 법인으로 그 대표이사인 강 씨가 안전보건 업무를 포함한 사업 전반에 관해 실질적ㆍ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라며 "허영인 회장은 SPL 사업을 대표하거나 SPL의 안전보건 등 업무에 관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려워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허영인 회장을 경영책임자라고 판단하지 않은 이유는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SPC 그룹의 계열사가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검찰의 판단이 나온 셈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허영인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안전경영 투자를 결정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등 허영인 회장이 안전ㆍ보건에 관한 내용을 결정하는 것이 명확해 보이지만 계열사 사업을 어떻게 총괄하고 있는지 서류상 드러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기소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장이 기소된 삼표산업의 경우 고용부가 초기에 신속하게 압수수색에 들어가 방대한 양의 문건을 압수했고 그룹 회장이 실제로 삼표산업에 관여한 기록이 확보가 됐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그렇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SPL은 재해 발생 이후에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기소된 첫 사건이다. 강동석 대표 취임 이후 비슷한 기계 끼임 사고가 2건 발생했다. 최근 3년간 SPL 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고만 12건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샤니 역시 지난해 10월에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됐고, 지난달에도 50대 근로자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골절되는 사고가 벌어진 바 있어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 문제될 수 있다. 또 앞선 사고 이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예산을 집행하지 않았다면 반기 1회 이상 점검 의무 위반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