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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8-03-23 18:27:52

    수정 : 2018-04-02 10:35:31

[컨퍼런스] "헌법까지 바꿔야 할 정도로 노동 관련 제도가 미흡한지 의문"

2018-03-23 18:27:52



"헌법까지 바꿔야 할 정도로 노동 관련 제도가 미흡한지 의문"
[2018년 4월호 vol.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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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2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국회 이언주(바른미래당), 하태경(바른미래당), 추경호(자유한국당) 의원의 주최로 '경제 및 노동 분야 개헌안의 쟁점과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야권의 주도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는 정부 주도의 개헌안의 문제점을 주로 지적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은 정영화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주제발표를,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 노원명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과 최종석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조영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 변호사가 토론자로 나서 약 3시간가량 진행됐다.
    경제와 노동 분야를 위주로 준비된 토론회였지만, 주로 노동 분야에서 이뤄진 발제와 토론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해 본다.
     
    ■"동일가치 노동의 개념도 불분명한데 헌법에? 신중한 접근 필요"
     
    토론자로 나선 김희성 교수는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 임금을 지급하도록 노력할 의무조항을 신설한 부분을 언급하며 "노동의 동일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입법례만 봐도 헌법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한 예는 없다. 물론 개별법에서 성별이나 임금을 이유로 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규정한 입법례는 존재하지만, 헌법에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원칙으로 규정한 사례가 없다는 점은, 동일가치노동이란 개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늘어날 융합노동도 그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데, 무리하게 노동을 형평화하면 하향평준화 하거나 사회 변화에 역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조영길 변호사도 "성별을 넘어 모든 고용에 적용되는 범용적 임금결정 원칙을 규정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이런 경직적 헌법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도 아니"라고 말했다.
     
    ■권익보호를 위한 단체행동권 부여, 정치파업과 연대파업을 허용하겠다는 의미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권익보호를 위한 단체행동권 부여'는 사실상 '파업의 제한'을 풀겠다는 의미라며 자칫 우리나라가 '쟁의, 파업 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희성 교수는 "(개헌안 대로라면) 정치파업과 다른 사업장을 지원하는 연대파업은 물론 권리분쟁 파업까지도 허용해 모든 쟁의가 가능하다는 의미"라며 "지금도 노사 대등성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체행동까지 확대된다면 노사대등과 노사자치 달성은 요원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영길 변호사도 "근로조건과 무관한 수많은 이유들이 파업의 근거로 활용될될 것이고, 그 폐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오히려 쟁의행위권의 과도한 확대가 아니라 쟁의행위 중 대체근로 금지조항을 철폐하는 것이 입법과제"라고 주장했다.
     
    ■우리 노사관계 후진성은 노동 보호가 부족한 탓으로 볼 수 없어
     
    최종석 전문위원은 근로시간과 관련한 주요 규제사항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며 "초과근로 할증률, 법정공휴일 유급 여부, 근로시간적용제외 규정 등을 보면 우리나라가 과연 제도적으로 미흡해서 헌법까지 끌어올려 고용보호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최 전문위원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경직성, 노사관계 후진성은 노동보호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높은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연례적인 파업을 당연하게 여기는 현장 분위기 탓"이라며 "개헌 논의 과정에서 시야를 우리나라와 현 시점에 한정하지 말고 글로벌 스탠다드와 미래 노동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영길 변호사도 "개헌안 조항들의 성격상 대체로 헌법이 아닌 법률에서 규정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며 현행 헌법 개정안은 추후 정권이나 상황 변화가 있을 경우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하도록 대못을 박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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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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