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권창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들어가며

정부에서 산업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산업재해의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산업현장에서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논의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에 한정됐을 뿐, 지방고용노동청장 또는 지청장(이하 '지방관서장')이 발령하는 작업중지명령에 관한 것은 전무하다. 이 글에서는 2018.12.27.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신산안법') 제53조, 제55조에 규정된 작업중지명령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작업중지명령의 의의

가. 개념

신산안법 제53조 제3항에 규정된 '작업중지명령'이란, 사업주가 해당 기계-설비등에 대한 시정조치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①유해-위험 상태가 해소 또는 개선되지 아니하거나 ②근로자에 대한 유해-위험이 현저히 높아질 우려가 있는 경우, 지방관서장이 해당 기계-설비등과 관련된 작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중지를 명하는 것을 말한다.

신산안법 제55조 제1항에 규정된 '중대재해 관련 작업중지명령'이란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①중대재해가 발생한 해당 작업 및 ②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한 작업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작업으로 인하여 해당 사업장에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지방관서장이 그 작업의 중지를 명하는 것(제1항)을 말한다.

나. 구별개념

(1) 사용중지명령

고용노동부장관은 사업주가 사업장의 건설물 또는 그 부속건설물 및 기계-기구-설비-원재료(이하 '기계-설비등')에 대하여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근로자에게 현저한 유해-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해당 기계-설비등에 대하여 사용중지-대체-제거 또는 시설의 개선, 그 밖에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다(신산안법 제53조 제1항). 이와 같이 행정청이 해당 기계-설비와 관련된 작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중지를 명하기 이전에 안전-보건상 필요한 시정조치의 하나로 해당 기계-설비 등의 사용중지를 명하는 것이 사용중지명령이다. 사용중지명령서를 받은 사업주는 발부받은 때부터 그 개선이 완료되어 고용노동부장관이 사용중지명령을 해제할 때까지 해당 건설물 등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시행규칙 제133조의2 제3항).

(2) 작업중지처분

고용노동부장관이 토사-구축물의 붕괴, 화재-폭발, 유해하거나 위험한 물질의 누출 등으로 인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하여 그 재해가 발생한 장소 주변으로 산업재해가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등 불가피한 경우 해당 사업장의 작업을 중지하는 것(신산안법 제55조 제2항)은 행정청이 사업주에 대하여 하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청이 직접 공권력을 행사하여 해당 사업장의 작업을 중지하는 것이다(작업중지처분).

(3) 영업정지요청

고용노동부장관은 사업주가 ①신산안법 제38조-제39조 또는 제63조를 위반하여 많은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사업장 인근지역에 중대한 피해를 주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 ②신산안법 제53조 제1항(시정조치), 제3항(작업중지)에 따른 명령을 위반하여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관계 법령에 따라 해당 사업의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신산안법 제159조 제1항). 이는 해당 사업의 영업 전체를 정지한다는 면에서 작업중지명령보다 정지되는 범위가 넓다.

다. 정당성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는 재해예방의무와 보건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산안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작업중지명령에 의해 보호되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공익상 법익은 그로 인해 침해되는 사업주의 법익(재산권 등)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인정되므로, 지방관서장이 감독상 조치로서 발령하는 작업중지명령의 법적 정당성은 긍정된다.

라. 법적 근거

작업중지명령은 지방관서장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에서 제재적(침익적) 행정처분에 속한다. 따라서 법치행정의 원리상 지방관서장이 국민에게 작업중지명령을 발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지방관서장의 작업중지명령은 신산안법 제53조, 제55조에 규정돼 있다.

마. 법적 성질

신산안법 제53조 제3항, 제55조 제1항은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행정청에게 작업중지명령을 발령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으므로, 작업중지명령은 재량행위에 속한다.

3. 작업중지명령의 요건

작업중지명령은 아래와 같이 가. 나. 다. 3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또한 재량행위인 제재적 행정처분의 특성상 비례 원칙과 재량권의 적정한 행사가 요청된다.

가. 시정조치명령 불이행으로 유해-위험 상태가 해소-개선되지 아니한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은 사업주가 기계-설비등에 대하여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근로자에게 현저한 유해-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해당 기계-설비등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다(신산안법 제53조 제1항). 사업주의 시정조치명령 불이행으로 유해-위험 상태가 해소-개선되지 아니한 경우 지방관서장은 해당 기계-설비등과 관련된 작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중지를 명할 수 있다(신산안법 제53조 제3항 전단).

나. 시정조치명령 불이행으로 근로자에 대한 유해-위험이 현저히 높아질 우려가 있는 경우

법조문상 '근로자에 대한 유해-위험이 현저히 높아질 우려가 있는 경우'만으로 작업중지명령을 발령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조문의 구조상 지방관서장은 '사업주의 시정조치명령 불이행으로 근로자에 대한 유해-위험이 현저히 높아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해당 기계-설비등과 관련된 작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중지를 명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신산안법 제53조 제3항 후단).

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작업으로 인하여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중대재해가 발생한 해당 작업 및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한 작업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작업으로 인하여 해당 사업장에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 작업의 중지를 명할 수 있다(신산안법 제55조 제1항).

라. 비례성의 원칙

지방관서장이 작업중지를 명령할 경우에는 그 범위를 최소한으로 하여야 한다(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 제44조 제1항). 그러므로 부분작업중지명령에 의하여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전부작업중지명령을 발령한 경우에는 그 중지명령은 위법하다.

마. 형식적 요건

지방관서장이 작업중지를 명령할 경우에는 산안법 시행규칙 별지 제30호 서식에 따른 작업중지명령서 또는 별표 4의 작업중지표지를 발부하거나 부착하여야 한다[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 제44조 제2항].

4. 작업중지명령의 효과

가. 사업주의 작업중지의무

작업중지명령은 강학상 하명(下命)에 해당하므로, 사업주는 공법상 작업중지의무를 부담한다. 만약 사업주가 작업중지명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신산안법 제168조 제2호).

나. 이행지체의 귀책사유

사업주가 작업중지명령을 이유로 이행지체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지방관서장의 안전진단명령 및 부분작업중지명령에 의해 공사가 중지된 사안에서, 행정해석은 공사의 일시정지 사유가 사업주의 책임으로 인한 경우라면 사업주는 계약기간의 연장이나 추가금액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생각건대,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귀책사유가 존재하지 않지만, 사업주의 지배영역상 사유로 인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생긴 경우에는 사업주의 귀책사유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또한 사업주의 사용중지명령 불이행으로 작업중지명령이 발령된 경우에도 사업주에게 귀책사유가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 이와 같이 사업주에게 귀책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행지체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다. 휴업수당의 지급의무

A발주처로부터 하나의 현장에서 B업체(원도급자)는 건축공사를 수행하고, C업체(원도급자)는 기계-배관 등 플랜트 공사를 수행하던 중, B업체의 하도급회사 소속근로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지방관서장은 해당 현장 전체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사용자의 귀책사유'는 고의-과실 이외에도 사용자의 세력범위 안에서 발생한 경영장애까지 넓게 해당된다. 그러므로 위 사안에서 작업중지명령이 발령된 것은 현장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사고 위험 등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조치이므로, 사용자의 세력범위를 벗어난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볼 수 없어 사용자는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라. 관련 문제 : 지방세법상 재산세

청구인은 2014.6.11. 쟁점토지에 대한 건축허가를 처분청으로부터 받고 2016.5.9. 착공신고를 했다. 2016.4.부터 공사를 시작해 진행하던 중 2016.5.9. 지방관서장으로부터 공사중지명령을 받아 공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청구인은 쟁점토지는 건축허가를 득하고 건축 중인 건축물의 부속토지에 해당하므로 종합합산과세대상이 아닌 별도합산과세대상으로 경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지방관서장으로부터 안전조치를 이유로 공사중지명령을 받아 건축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재산세는 과세기준일의 현황에 따라 부과되는 세목인 점 등에 비춰 쟁점토지는 건축 중인 건축물의 부속토지가 아닌 건축을 준비 중인 나대지 상태의 토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5. 작업중지명령의 해제

가. 작업중지명령의 해제 요청

작업중지명령을 받은 사업주는 그 시정조치를 완료한 경우에는 즉시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작업중지명령의 해제를 요청할 수 있다(신산안법 제53조 제4항). 감독관은 작업중지명령 후 10일 이내에 작업중지명령 해제요청이 없고 그 밖에 다른 방법으로도 개선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현지에 방문하는 등 적절한 방법을 통하여 그 개선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 제44조 제4항).

나. 작업중지명령의 해제 절차

고용노동부장관은 해제요청에 대해 시정조치가 완료됐다고 판단될 때에는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해야 한다(신산안법 제53조 제5항). 고용노동부장관은 사업주가 중대재해 관련 작업중지명령의 해제를 요청한 경우에는 작업중지 해제에 관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해야 한다(신산안법 제55조 제3항). 중대재해 관련 작업중지 해제의 요청 절차 및 방법, 심의위원회의 구성-운영,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신산안법 제55조 제4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