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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9-02-22 17:42:27

    수정 : 2019-03-04 14:33:04

[이슈포커스] 작업중지권 행사에서 급박한 위험의 판단

2019-02-22 17:42:27



작업중지권 행사에서 급박한 위험의 판단
[2019년 3월호 vol.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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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들어가며
     
    2019.1.16.부터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신산안법') 제52조에서는 '근로자의 작업중지'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는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 제4항에서는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는 제1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 산안법 규정만으로는 (i) 근로자에게 작업중지권을 인정한 것인지 여부 (ii) 급박한 위험의 판단 주체에 관해 다툼이 있기 때문에, 신산안법에서 이를 명확하게 규정하게 된 것이다. 작업중지권 전반에 관해서는 월간 노동법률 제322호에서 다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신산안법상 작업중지권의 요건 중 급박한 위험의 판단에 관해 미국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2. 미국의 작업중지권
     
    가. 개관

    미국에서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는 (i) 전국노동관계법(the National Labor Relation Act, 이하 'NLRA') 제7조에 기한 단체행동권 (ii) 노사관계법(the Labor Management Relation Act, 이하 'LMRA') 제502조에 기한 작업중지권 (iii) 산업안전보건법(the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ct) 제11조 ⒞항 및 시행령 29 CFR, sec. 1977.12(1979)에 기한 작업중지권 등이 있다.
     
    나. NLRA에 기한 단체행동권

    (1) 개요
    NLRA 제7조는 근로자가 단체교섭, 상호 협력 또는 보호(mutual aid or protection)를 목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허용한다. 전국노동관계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 Board, 이하 'NLRB')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산업안전보건을 위한 작업중지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NLRA 제7조에 의해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근로자들이 집단적인 방법으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예를 들면, 근로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관해 토론하고 사용자에게 이를 주장하고 작업을 중지한 것은 단체행동에 해당한다. 그러나 개별 근로자가 위험한 상황에 대응하여 작업을 중지한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복수의 근로자가 단체행동으로써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유일한 예외는 개별 근로자가 단체교섭에 기한 권리행사의 일환으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경우다. 소수의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노동조합과 배타적 교섭대표권을 다투면서 작업을 중지하는 것은 NLRA 제7조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작업중지권 행사를 이유로 해고한 경우, 근로자는 NLRA 제8조 ⒜항 wp1호에 기해 NLRB에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2) NLRB v. Washington Aluminum Co. 사건
    비노조원인 기계판매점 직원 8명 중 7명은, 영하 12℃의 날씨에 난로가 고장 난 상태에서 회사가 적당한 난방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의 차원에서 작업을 중단하고 판매점을 떠났다. 회사는 근로자들이 상급자의 허가 없이 근무 중 이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회사의 규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근로자들을 해고했다. 법원은 사용자의 해고가 NLRA 제8조 ⒜항 제1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NLRB의 판정을 승인했다.

    주목할 점은 법원이, "근로자에게는 단체교섭대표가 없었고, 그들의 고충을 사용자에게 전달할 어떠한 대표조직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자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고충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판시하면서,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작업중지권을 승인한 것이다.
     
    (3) 위험의 판단에 관한 주관설의 채택
    단체행동을 개시하기 위한 결정의 합리성 유무는 노동쟁의의 존부 결정과 무관하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인정돼 왔다. 따라서 법원이나 NLRB는 근로자들이 주장하는 작업환경 위험성 여부에 관해 심리할 필요가 없다. 조합원으로서 사일로(silo)의 청소를 담당하던 근로자들이 나쁜 날씨와 시계(視界) 불량을 이유로 작업을 중지한 사안에서, NLRB는 "이 사건에서 쟁점은 작업환경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작업환경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업을 중지한 것인지 여부다. 다른 근로자들이 동일한 작업환경을 감내했다거나 외부의 기준에 비춰봤을 때 당해 근로자들이 지나치게 위험에 민감했다 하더라도, 당해 근로자들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불이익취급을 받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연방항소법원 및 그 이후 다른 사건에서도 승인됐다.
     
    다. LMRA에 기한 작업중지권
     
    (1) 개요
    대부분의 단체협약은 분쟁해결을 위한 고충처리와 중재에 관한 조항, 단체협약 존속기간 중에는 단체행동을 금지하는 조항(no-strike clause, 平和條項)을 두고 있다. 통상적으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단체협약이나 근로계약이 위반됐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선준수 후제소(先遵守 後提訴)의 원칙(the 'obey now - grieve later' rule)'에 의하는데, 이는 당분간 사용자의 지시에 따르되 나중에 고충처리를 신청해 위반사항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위험한 작업환경에 직면한 경우에는 중상을 입거나 사망한 근로자에게 고충처리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면에서 이러한 원칙은 문제가 있다. 나아가 노동조합이 평화조항에 위반해 파업을 하게 되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경제적 손실과 파업중단을 명하는 인정션(Injunction)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LMRA 제502조는 "개별 근로자 또는 근로자들이 작업장에서 특별히 위험한 상황 때문에 신의성실에 기하여 작업을 중지하는 것은 이 법에 의한 파업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특별히 위험한 작업환경을 이유로 작업을 중지하는 것을 파업으로 보지 아니하고 평화조항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판례는 중재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단체협약 존속기간에 단체행동을 금지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다고 보고(an implied no-strike clause) 평화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LMRA 제502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i) 근로자가 신의성실에 의해 작업장에 특별히 위험한 상황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을 것(신의성실) (ii) 이러한 생각 때문에 작업을 중지했을 것(인과관계) (iii) 특별히 위험한 상황이 객관적이고 확실한 증거에 의해 증명될 것(객관적으로 특별한 위험의 존재) (iv) 위험한 작업환경이 재해발생가능성을 급박하게할 것(급박성)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2) 신의성실
    NLRB v. Knight Morley Corp. 사건에서 법원은 신의성실의 존부에 관해 주관설(The subjective test of good faith)을 채택했다. 위 사건에서는 가죽연마공정실에 설치된 배출 팬(Fan)의 불완전한 수선 때문에 먼지와 열이 축적되자 연마공들이 작업을 중단했다. 항소법원은 연마공들의 진술에 의해 연마공정실의 물리적 환경을 증명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는 특별히 위험한 작업환경이 존재한다면, 신의성실은 묵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특별히 위험한 작업환경의 존재에 관해 객관설을 채택한 이후 신의성실에 관한 주관설은 그 중요성을 상실하게 됐다.
     
    (3) 특별히 위험한 작업환경
    (가) 판단기준 : 객관설
    Redwing Carriers 사건에서 NLRB는 "제502조에 규정된 '특별히 위험한 작업환경(Abnormally dangerous working condition)'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원회는 위와 같은 개념은 주관적 기준이 아닌 객관적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근로자의 심리상태나 근로자의 우려가 아니라,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실제 작업환경이 합리적으로 특별히 위험한지 여부다."라고 판시했다. 위와 같은 객관설은 Gateway Coal v. UMW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에 의해 승인됐다.
     
    (나) 특별히 위험한 작업환경의 개념
    객관설에 의하면, 법원은 특정 직업에서 통상적인 위험으로 인정되는 상태에서 위험이 증가한 경우에 특별히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긍정한다. 특별히 위험한 작업환경이란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확인가능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모든 위험한 작업환경이 위 법 조항에 의해 규율되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인 작업환경에 변화가 없더라도 근로자들의 위험 인식이 증가한 경우 특별히 위험한 작업환경을 인정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근로자가 종전에 안전하다고 인정된 방법으로 유독성 물질을 취급했으나, 나중에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그와 같은 방법으로 유독성 물질을 취급하면 안전보건에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다) 증명책임
    노동조합은 특별히 위험한 작업환경이 존재한다는 것에 관해 '객관적이고 확인 가능한 증거(Objective and ascertainable evidence)'를 제시해야 한다.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일반 근로자(안전보건전문가가 아닌)가 문제 된 작업환경이 특별히 위험한 작업환경이라고 인정하면, 그러한 일반 근로자의 진술만으로도 충분한 객관적 증거가 된다.
     
     
    (4) 개별적인 권리
    LMRA 제502조는 권리행사의 주체를 근로자 또는 근로자들로 규정하고 있을 뿐, 노동조합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제502조에 기한 권리는 개별 근로자 또는 근로자들에게 유보돼 있으므로, 모든 근로자들이 특별한 위험에 놓여 있는 경우에 한해 정당한 노동조합의 작업중지로 인정될 뿐이다.
     
    3. 신산안법상 급박한 위험의 판단
     
    가. 현행법의 해석
    현행 산안법 제26조의 해석을 둘러싸고 급박한 위험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서는 (i) 근로자가 작업중지 당시 근로자가 인식한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관설 (ii) 작업중지 당시 객관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객관설 (iii) 작업중지권 행사 당시 근로자가 인식한 사실과 근로자가 생각한 위험발생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사후에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절충설 등의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나. 주관설의 채택
    신산안법 제52조 제4항에서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라고 규정해 급박한 위험의 판단 주체가 근로자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므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근로자 판단의 정당성이나 작업환경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쟁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 판례에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들이 작업환경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업을 중지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다. 신산안법상 작업중지권의 의의
    현재 작업중지권이 안전보건사고에 예방적으로 활용되기보다는 치명적인 중대재해가 발생한 후에야 비로소 작업중지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산안법은 작업중지권이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행사하는 권리임을 명확하게 선언했고, 급박한 위험도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당시 근로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주관설을 채택한 이상, 현행 산안법보다는 좀 더 완화된 요건 하에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작업중지권을 긴급권이라고 보는 이상, (i) 작업중지권 행사 이외에는 위난을 피할 다른 방법이나 수단이 없는 경우에 한해 인정된다는 '보충성의 원칙' (ii) 긴급상황으로 인해 침해되는 이익이 보호되는 이익보다 크거나 같은 경우에는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익형량의 원칙' (iii) 작업중지권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춰 적합한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적합한 수단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너무 쉽게 작업중지권이 행사돼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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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창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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