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춘천= 곽용희 기자 


한국비교노동법학회(회장 이상희 교수)가 19일,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와 함께 춘천 더잭슨나인스호텔 크리스탈홀에서 특별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는 "노동법의 최근 쟁점과 과제"다. 비교노동법학회는 해당 주제로 동계학술대회를 정기적으로 열어왔으나,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일정이 해를 넘겼다.

김희성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 소장과 이상희 한국비교노동법학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학회는 두 개의 세션으로 진행됐다.

1세션에서는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과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단체교섭 상대방으로서 사용자'와 '원청의 노조법상 지위'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으며 김희성 소장과 오상호 창원대 교수, 이달휴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에 임했다.

이날 관심을 모은 1세션 주제는 "원청을 하청 근로자들의 사용자로 확대 인정할 수 있는지, 즉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이는 원청을 부당노동행위의 '지배-개입' 주체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일명 현대중공업 판결)을 '단체교섭 거부'와 '불이익취급'에도 적용해서 사용자성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한지의 이슈와 연결된다.

이는 최근 현대차 하청업체들이 중앙노동위원회에 교섭을 요구한 사건에서 크게 이슈화 된 바 있다. 비록 당시 중앙노동위원회가 각하 판정을 내렸지만 권고 의견까지 붙이면서 고심을 드러냈고, 결국 이 이슈는 올해 상반기 단체교섭부터 상당한 쟁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확대가 인정될 경우 업계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순 교수는 첫 번째 발제에서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는 근로계약 일방 당사자일 것이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사실상 근로계약관계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사례라면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제3자 대해 사용자성을 확대 인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대중공업 판결에서 인정하고 있는) 지배력설이나 영향력설의 이론적 토대는 불명확해서 법적 안정성을 침해한다"며 "다만 예외적으로 지배-개입을 통해 단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단체교섭과 달리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두 번째 발제로 나선 권혁 교수도 "단체교섭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권리와 의무 내용을 확정하고 당사자에게 귀속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따라서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서 사용자는 근로계약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이를 바탕으로 "(원청은) 하청사용자로부터 위임을 받는 등 통제력을 가지지 않는 한, 근로계약 상 의무의 귀속주체가 될 수 없다"며 "하청 노사 간 근로계약에 관한한 원청은 제3자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희성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단체교섭과 관련해 미국식 공동사용자 법리를 도입하자는 견해가 있다"며 "하지만 미국에서도 공동사용자성 판단 기준에서 간접적인 지배까지 고려할 것인지, 직접적 지배를 중시할 것인지 논란이 있고, 현행 우리법 제도에 비춰볼 때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제2세션에서는 한인상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관과 이준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강사가 각각 '최근 플랫폼 노동의 입법동향과 과제', '가사노동자 보호를 위한 입법논의 현황과 대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한인상 연구관은 국내 플랫폼 노동과 관련된 입법 현황과 최근 논의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한 연구관은 "플랫폼 종사자의 법적 지위는 노동관계법상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사업장마다 다양할 수 있고, 앞으로도 플랫폼 노동 종류와 규모는 늘어나고 있는데다 조작적 정의에 따라 분류도 달라질 것"이라며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이들에 대한 적용을 확대하고 있는 바, 관련 교섭 구조를 어떻게 끌어나갈것인지 입법적, 행정적 고민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논의 진행 중 법률간 체계적합성에서 충돌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연구자들은 연구를 정리해 사업장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희 강사는 "정부가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유사한 의원안도 발의된 상황이지만, 이 법안들은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에 대해 별도로 규율이 필요 없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근로자'에 대해 근로기준법의 일부 적용을 오히려 배제하고 있다"며 "이는 보호대상 선정 오류인 동시에 보호수준 저하를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가사노동 제공 실태 조사가 미흡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도 있다"며 "보호가 필요한 특정 직종에 개별적은 특별법을 제정하는 입법정책은 특별법의 과잉 및 법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발제에 대해서는 김태현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강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 주제에 대한 토론에 나섰다.

학회 중간에는 정년을 맞이한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대한 감사패 증정식도 함께 이뤄졌다. 이번 학회는 철저하게 방역지침을 준수한 상태에서 이뤄졌으며, 국내 노동법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띄었다는 평가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