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근무시간면제심의위원회(공무원 근면위)는 22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공무원 근면위 전원회의'에서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 한도를 최종 의결했다. (사진=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무원 근무시간면제심의위원회(공무원 근면위)에서 공무원 노조의 근무시간 면제(타임오프) 한도가 의결됐다. 공무원 노조는 조합원 수에 따라 연간 최대 1000시간 이내에서 2만8000시간 이내의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노동계는 타임오프 한도가 민간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22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공무원 근면위 전원회의'에서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 한도가 최종 의결됐다고 밝혔다. 위원 15명 중 공익위원 1명이 불참해 14명이 표결해 참여했고, 이 중 공무원 위원 1명을 제외한 13명이 찬성해 의결됐다.
 
타임오프는 근무시간 면제 한도 내에서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으며 노조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공무원 타임오프는 2022년 공무원노조법 개정으로 2023년 12월 11일부터 시행됐지만 국가직, 지방직 등 공무원의 소속과 근무 형태 차이, 노정 갈등으로 인해 쉽사리 한도가 결정되지 못했다.
 
공무원 타임오프 한도 결정을 위해 경사노위는 지난 6월 12일 공무원, 정부, 공익위원 각 5명 씩 15명이 참여하는 공무원 근면위를 발족했다. 공무원 근면위는 지난 6월 26일부터 심의를 시작해 11차례 전원회의를 거쳐 의견을 조율한 끝에 타임오프 한도를 의결했다.
 
이번 의결에 따라 공무원 노조는 조합원 규모에 따라 총 8개 구간으로 구분돼 타임오프 한도의 적용을 받는다. ▲조합원 300명 미만은 연간 최대 1000시간 ▲조합원 300명 이상 700명 미만은 2000시간 ▲조합원 700명 이상 1300명 미만은 4000시간 ▲조합원 1300명 이상 2000명 미만은 6000시간 ▲조합원 2000명 이상 4000명 미만은 8000시간 ▲조합원 4000명 이상 5000명 미만은 1만 시간 ▲조합원 5000명 이상 1만5000명 미만은 1만2000시간 ▲조합원 1만5000명 이상은 2만8000시간이 한도로 주어진다.
 
이는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는 민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의 타임오프 한도다. 민간은 조합원 99명 이하 노조에게 연간 최대 2000시간 이내 타임오프 한도가 적용된다. 조합원 1만5000명 이상인 경우 한도는 연간 최대 3만6000시간이다.
 
경사노위는 "조합원 규모가 300명에서 1299명 사이인 공무원 노조가 가장 많아 이들 노조에서 조합 업무에만 종사하는 근무시간 면제자가 1명에서 2명 활동할 수 있도록 타임오프 한도를 정했다"고 했다. 전체 공무원 노조 중 70% 이상이 조합원 300명 이상 1299명 이하에 해당한다. 1년을 52주로 계산할 때 노조가 조합활동에만 종사하는 근무시간 면제자 1명을 두기 위해서는 2080시간의 타임오프 시간이 필요하다.
 
공무원 근면위는 연간 타임오프 사용 가능 인원이 풀타임 사용 가능한 인원의 2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조합원 수가 300명 미만인 경우 타임오프 사용 가능 인원은 최대 2명이다.
 
다만 행정부 교섭 등의 이유가 발생하는 경우 인사혁신처장은 행정부 단위로 설립된 노조에게 연간 6000시간 이내의 타임오프 시간을 추가로 부여할 수 있다.
 
이번 공무원 근면위 의결 사항은 경사노위 위원장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통보하고 고용부 장관이 고시해 효력이 발생한다.
 
경사노위는 차기 근면위 재심의를 위해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 한도 고시 2년 후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부대의견을 추가했다.
 
조경호 공무원 근면위 위원장은 "공무원 타임오프 한도가 너무 많으면 국민 입장에서 거부감이 있고 너무 적으면 공무원 노사관계를 망가뜨릴 수 있어 적정선에서 의결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공무원 위원인 신동근 공무원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은 "국가직 공무원 노조나 행정부 단위의 노조의 경우 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배정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공무원 타임오프 도입이 처음이어서 무한정 지원하기 어렵다는 고민에 동감해 의결에 동참했다"고 했다.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은 "공무원 타임오프 한도 의결은 지난해 말 사회적 대화가 복원된 이후 상호간의 논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첫 노사 합의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노정 합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사노위는 사회적 대화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무원 근면위 의결 소식이 들리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같은 날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무원 근면위 심의는 노조 요구안을 철저히 무시한 채 진행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무원도 대한민국 노동자이니 민간과 동일한 수준으로 타임오프를 보장하라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사항인가"라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성명을 내고 "아직 교원 노조에 대한 타임오프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번에 결정된 반쪽짜리 공무원 타임오프 수준으로 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만약 교원근무시간면제심의위원회도 민간 대비 50% 수준으로 결정된다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듯 120만 공무원, 50만 교원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호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번 의결에는 공무원 노사관계의 특성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며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 타임오프 의결은 공무원 노조 문 닫으라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제노동기구(ILO) 87호 협약에 따라 정부는 타임오프에 대해 개입을 최소화하고 노사 자율에 제도를 맞겨야 한다"며 "이번 경사노위 의결은 사회적 합의가 아닌 정부 주도의 일방적 의결로 공무원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의결이다. 이에 맞서 공무원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